변호사 생활을 하면서 느끼는 것이 하나 있다. 변호사는 의외로 '을'이라는 사실이다.
의뢰인에 치이고 사장님에 치인다.재판하면서 판사에 치이고 수사과정에서는 검사에, 경찰에 치인다.현장조사를 하면서 가게 사장님들과 증인에게 조아리며 피의자를 위해 증언해달라고 빌고, 사실 확인서 한장 써달라고 부탁하고, 증인들의 태도가 바뀌면 또 찾아가서 빌고.
뭐 누구나 어디서는 을의 포지션이고 어디서는 갑이겠지만. 여튼 변호사라는 직업 자체는 갑질할 일이 거의 없는 직업임에는 틀림없는 듯 하다. 법대 다닐때의 농담처럼 얘기하자면 법이 있으니 그나마 이렇게 살고 있지 법없으면 벌써 큰일 당할 사람 중 하나 인 것이다.
근데 요즘은 법이 약자의 편이 아니라는 이야기들이 많이 돌고 있다. 이른바 헬조선론이다. 재판이나 사건 사고에 대한 댓글들을 보면 이 나라 법이 왜 이 모양인지에 대한 한탄이 넘친다. 이 나라가 헬조선인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늘 을의 포지션에서 변호사 생활을 하면서 느끼는 점이 하나 있다. 권력관계가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다면 기울기를 완화시키는 방향으로 국가권력을 작용하는 것이 국가의 당연한 의무일텐데 이 나라의 법원 검찰 등의 국가기관은 반대로 그 기울기를 더 깊게 만드는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거다. 요새 말로 하면 "국가는 갑편이다?"
지금 진행 중인 사건 몇 개를 예로 들 수도 있다.
백화점이나 대형쇼핑몰 같은 경우, 물론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입점업체가 매장 인테리어도 하고 운영도 하고 점원들 월급주고 4대보험도 든다. 심지어 매장 포스 기계, 카드단말기도 모두 입점업체가 구입해서 유지 관리한다. 재고 부담도 당연히 입점업체에게 있다.
다만, 현금이건 카드건간에 모든 매출은 일단 백화점 측으로 일단 들어가고 일정기간단위로(주로 월 단위다) 백화점측에서 자신들의 수수료를 공제하여 정산한 돈을 입점업체에 지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