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2월 12일 월요일

# 사기예방 # 사이버수사대

[알쓸신잡][영화]지워야 산다


금은 유행이 조금 지난 감이 있지만 한창 몸캠 피싱이 창궐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이와 관련된 문의전화가 쇄도하던 때가 있었는데요.. 최근 몸캠 피싱 사기에 관한 영화가 개봉되어서 다시한번 주의를 환기하자는 생각으로 영화 소개도 할겸 몸캠 사기에 대한 포스팅을 해볼까 합니다.
영화는 지난 11월 23일에 개봉한 '지워야 산다'라는 영화입니다. TV나 영화등에서 종종 볼 수 있는 허정민씨가 주연으로 분해서 몸캠 피싱 사기에 걸려들어서 고통받는 30살 백수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영화를 제작하신분이 저의 지인과 알고 계신 사이라고 해서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몸캠 피싱 사기에 걸린 피해자의 고통을 아주 리얼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중간의 조직쪽과 통화하는 과정은 사실 너무 리얼해서 무섭더군요.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너무 자세하게 하면 아직 개봉중인 영화라서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자제하기로 하겠습니다. 물론 이러한 이야기에 대해 관심이 없다거나 무관심하다거나 피해자를 조롱하는 사람들에게는 우스운 이야기에 불과할 뿐이지만 그것은 현실의 실제사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범죄에 걸려드는 것이 참으로 고통스러운 이유가 우리사회에서 유독 엄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 성과 관련된 문제이며 사회적인 평판에 치명타를 줄 수 있는 것을 쥐고 협박을 하기 때문에 조력을 구하기도 힘든 상황이라는 점입니다. 자식이 인질로 잡혀있는 상태에서 강요된 행위를 어쩔 수 없이 하는 것과 자위동영상을 지인들에게 뿌려버리겠다는 협박을 들으면서 강요된 행위를 하는 것은 피해자를 바라보는 시선의 출발점 자체가 완전히 다른 일입니다.
또 영화에서도 그렇지만 이런 일에 걸려드는 사람들은 마음이 공허하고 구석에 몰려있는 사람인 경우도 많고, 협박을 받았을 때 범인들이 요구를 들어줄 몇백만원조차 융통하기 어려운 약자들이 많다는 점 역시 이런 범죄들이 고통스러운 이유입니다. 영화에서도 범인이 요구하는 돈의 액수에 비해 그것을 조달하는 방법이 아주 눈물나게 찌질합니다.

그리고 가장 고통스러운 이유는 
고통은 처절한 반면 처벌 등 원만한 해결이 힘들다는 점입니다. 이런 일을 들고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 경찰은 범죄조직이 중국 등 외국에 있으며 해결하기가 쉽지가 않아 그냥 보내게 되고, 또 피해자가 별볼일없는 젊은 남성이니 비웃기만 할 뿐 협조적이지 않은 경우도 많습니다. 물론 경찰쪽에서도 사이버수사대 쪽에서 적극 대응을 하기도 하고 수법이 많이 알려져 지금은 많이 덜하지만 당시에도 경찰에 도움을 요청해서 협조를 얻기 힘들었고, 설사 경찰이 협조적이라고 하더라도 동영상 유포를 막는 것이 물리적으로 쉽지가 않아 그냥 돈을 주거나 실제 유포당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일단 많은 분들이 아시는 범죄 수법이겠지만 요즘 잠잠해서 새로운 피해가 또 발생할 수도 있고 혹 아직 모르시는 분들도 있을까봐 잠시 몸캠 피싱 사기 범죄에 대한 설명을 드리자면
1. 랜덤 채팅등에서 낯선 상대방으로부터 메시지를 받는다.
2. 외로움을 달래게 화상채팅 어플을 깔고 서로 자위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즐기자고 꼬드긴다.
3. 어플을 설치하게 되면 연락처나 개인정보을 해킹하는 툴도 같이 설치된다.
4. 자위하는 장면이 녹화가 된다.
5. 그 분으로부터 지금 처한 위기에 대한 간략한 브리핑과 이를 타개할 방법을 권유받는다.
6. 입금을 하게되면 7번으로 입금을 하지 않거나 무시를 하면 8번으로
7. 지워주는지 안지워주는지는 모르겠으나 좌우간 지웠다고 하는데 파일들이 무한증식을 하는지 가끔 못지우고 남은 것이 발견되었다면서 확실히 지워주겠다면서 6번으로 이동
8. 무시를 하거나, 정말 가난하거나, 금융기관이용이 힘든 지역에 있거나, 인터넷뱅킹등이 힘든 지역에 있어서 입금이 안되는 경우 앞서 3번의 해킹툴을 이용해 수집한 연락처등으로 단톡방을 개설한 후 지인들에게 문제의 그 영상을 관람시킨다. (물론 사전에 5번 절차에서 안내된 사항입니다.)
이런 순서로 진행이 되는 범죄 되시겠습니다. 정확한 통계야 알려지지 않았지만 피해자가 대략 천명 단위를 훌쩍 넘어가는 것으로 알고 있고 개중에는 수치심과 절망감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을 한 분들도 있다고 합니다.
 
정중한 범죄자에게 걸렸군요.(프리저도 존대말은 하긴 하죠)
저희 사무실 역시 이런 수법에 걸려들어서
곤란을 겪고 도움을 청하는 분들을 수차례 상담했습니다.
그러나 변호사가 해줄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변호사는 상대방이 중국 어딘가에 있는 게 보통이라 공갈 고소를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기술과는 거리가 먼 변호사가 무슨 추적을 해서 이들을 잡아 줄 수도 없을뿐더러 수사를 하고 범인을 잡는 일은 변호사의 업무 영역도 아닙니다. 당연히 유포된 몸캠을 지우거나 없애는 기술적 지원을 해줄 수도 없습니다. 변호사는 상대방이 특정 된 다음에야 비로소 손해배상을 청구하거나 형사 고발 고소를 하는 절차를 도와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술의 발전은 우리에게 다른 세상을 열어주듯이, 이 사회의 그늘진 곳에서 어둠의 에너지를 먹고 사는 사람들에게도 다른 세상을 열어줍니다. 얼마전 자유를 찾아서 사선을 넘어온 젊은 인민군 병사를 치료하신 의사선생님께서도 '나의 칼은 범죄자의 칼과 다르지 않다. 차이가 있다면 칼을 잡는 방법과 각도 뿐이다.'라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항상  도구가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쓰는 사람이 문제라는 생각입니다. 
스마트기기가 나오기 전 학교에서 미래기술을 상상해서 그림 그리기 대회를 할 때, 상대방의 얼굴을 보면서 전화통화를 할 수 있는 기계를  그린적이 많이들 있죠. 그런데 그림을 그리면서도 '에이, 그럼 목욕할때나 화장실에서 볼일볼 때는 전화 못하잖아.' 라고 생각만했지 이런식으로 응용을 하는 길이 있을지는 상상도 못했던 일들입니다. 새로운 도구가 주어지면 범죄자들에게는 보통사람들과 다른 용도가 잘도 생각나는 모양입니다. 참으로 창의력 대장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생각을 처음 한 사람들이라면 암흑계의 하버드 장학생 정도 될까요?

해외에 있는 범죄조직과 연루가 되어 어떤 종류의 사기, 공갈 사건 등에 발생하면 관할권등의 문제로 경찰도 대응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며, 이렇게 공권력에 의한 절차라는 도마에 조차 오르기도 쉽지 않으니 요리사에 해당하는 변호사는 대응이 더더욱 힘이 듭니다. 그런 점에서 예방이 매우 중요하고 개개인의 주의가 절실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몇가지 예방 수칙을 알려드리자면,
1. 옛말에 남자는 세가지(혀, 발, X)를 조심하라고 했는데 소형카메라가 달린 모든 기기를 조심할 것이 추가 되겠습니다. 현존하는 모든 통신망으로 연결된 기기는 해킹이 가능한 세상이라는 것 잊지마시기 바랍니다. 반려견 모니터링용 가정용 IP카메라가 해킹 당한 일도 한때 떠들썩 햇었습니다.
2. 스마트 폰의 모든 프로그램들은 출처를 믿을 수 있는 곳에서만 설치하고, 모르는 사람으로 받은 링크는 절대 클릭하지 말 것(다행히 마이너 브랜드의 어떤 스마트폰은 링크가 소용없다고합니다). 모바일 청첩장이나 돌잔치 초대장 링크를 무작위로 뿌려서 해킹툴 설치 당하는 이야기가 유명했었죠. 정확한 용어로는 스미싱이라고 합니다. 변종으로 예비군 훈련일정 안내나 택배회사 물류 안내 등도 생겨났다고 합니다. 
3. 길거리에서 낯선사람이 나에게 친절한 경우는 도를 아십니까 내지는 가짜 굴비 강매처럼 좌우간 나 자신에게 절대로 득이 되지 않는 경우밖에 없는 것처럼 온라인에서도 이유없는 친절은 반드시 대가가 따른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마지막으로..영화에서 주인공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실행한 방법을 사용할 경우 쿨한 해결이 될수도 있겠지만 별도의 법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니 실제 사태가 일어났을때 솔루션이 될 수 없다는 점을 변호사로서는 경고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영화에서는 마지막이 클라이막스이기도 하고 제일 코믹 요소이긴 했지만 현실에선 그렇게 즐겁게 끝날 수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함부로 따라하지 마시길 권해드리면서.. 영화도 많이 봐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깨알같은 홍보도 잊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