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2월 3일 일요일

# 기본권침해 # 법률뉴스

[저자거리의흉흉한소문]약식명령사건 정식재판시 불이익변경금지 원칙 적용 폐지

이번에 들고 온 소식은 정말 흉흉한 소식입니다.전 좀 충격을 받았고 아마 오늘 많은 변호사, 법률가들이 이 소식을 듣고 분노하고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그냥 남의 얘기려니.. 하고 넘어가지 마시고, 여러분도 한번쯤 곰곰히 생각해주시길 바래서 오늘 포스팅을 올립니다.

형사소송법은 물론 모든 소송법은 항상 소송경제와 재판청구권,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같은 기본권보호라고 하는 것을 양쪽에 두고 저울질을 하고 있습니다. 소송경제와 재판청구권은 대표적으로 서로 충돌하는 이익입니다. 소송경제를 극단으로 추구한다면 재판이 아예 없는 것이 가장 경제적인셈이니 기본권인 재판을 받을 권리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게 됩니다. 물론 재판청구권을 남용하면 시간, 판사들의 월급, 법원직원의 야근수당, 검사의 노동시간 등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소송법은 항상 이 두가지 이익이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도록 규정되고, 조금 더 엄밀하게 얘기하면 돈과 편리보다는 사람이 더 중한 가치를 지니는 인권을 우선으로 하고 있는 현대 국가들의 소송법은 기본권에 조금 더 무게를 싣게 마련입니다. 즉 소송경제라고 하는 말로 대표되는, 적은 수의 공무원으로 최대의 효율을 내는 일(행정편의, 행정효율), 판사의 편리, 검사의 덜귀찮음 보다는 어떠한 사람이라도 최소한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할 길이 있어야 한다는 기본권인 재판 청구권쪽이 더 우위에 있는 가치인 셈입니다.


특히 형사법 분야는 사람의 자유를 제한하는 영역이 더 큰 법입니다. 굉장히 많은 기본권을 제한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현대국가의 형사법 분야는 기본권침해가 과잉되지 않도록, 그리고 최소한의 인권이 보장되도록, 많은 제약들이 걸려 있습니다. 그러한 제약중 하나가 오늘 본회의에서 없애기로 결의하고 통과된 형사소송법상 약식명령 사건에 있어 불이익변경 금지 원칙입니다.(약식명령에 있어서만 입니다. 아무리 설마. 오해없으시길)
http://thel.mt.co.kr/newsView.html?no=2017120114438282754&ref=https%3A%2F%2Fsearch.daum.net

<법무부의 저울 로고가 가증스럽다>








기사에선 가벼운 형태로 다루고 있고 이유있는 나쁜놈들에게만 해당하는 일일 뿐이라는 듯이 법무부 변명이 잔뜩 쓰여 있지만 별로 가벼운 이야기는 아닙니다. 우리의 기본권이 후퇴한 사건이기 때문입니다.


일단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이란 간단하게 말씀드리면 법원의 어떤 판결에 불복해서 피고인이 항소하는 경우 이 피고인에 대해서 원심보다 중한 형을 선고할 수 없다는 원칙입니다. 법원이 고심해서 판결을 내렸는데 거기에 대고 형량이 무거우니 가벼우니 토를 달고 다시 재판해달라고 법원을 찾아가는 피고인에 대해서 가만히 있지 않고 날뛰는 피고인은 괘씸하니 더 큰 벌을 내리자.. 하는 법원의 횡포를 방지하는 것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소송경제상으로는 단번에 끝나는게 좋겠지만 항소를 했다가 더 큰 형벌을 받게 될 위험이 있다면 정말 억울한 피고인들이 항소권을 행사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불이익변경 금지 원칙은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법원을 좀 귀찮게 하더라도 괜찮아. 안심해. 가만히 있는 것 보다 더 나빠지는 것은 없어." 하고 말입니다.

한 20년전쯤엔 이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이 약식명령에서는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약식명령을 받고 이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했을때 얼마든지 불이익한 방향으로 변경이 가능했고, 대법원 판례 역시 정식재판 청구에는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했었죠.
그때는 무슨 일이 있었냐하면 예를 들어 20명이 패싸움을 해서 20명이 모조리 약식명령으로 벌금형을 받았다고 생각해봅시다. 이 20명은 이 약식명령에 불복해서 전부 정식재판을 청구했습니다. 자, 이 20명은 판사에게 과중한 업무를 안겨주었습니다. 맙소사, 소송경제를 뭘로 보고! 판사님은 이들의 정식재판 청구가 짜증납니다. 짜증이 난 판사님은 이 중 한명만 먼저 정식재판을 진행해서 본보기로 징역 6월 정도 실형을 선고해서 깜빵에 보내버립니다. 자 그럼 나머지 19명은 어떻게 될까요?운이 없는 그 한 사람만의 일이니 난 안심하고 재판을 청구해야지 할까요? 아닙니다. 당연히 이들은 쫄게 됩니다. 100% 쫄게 됩니다. 이들은 앞다투어 정식재판청구를 취하하게 됩니다. 휴우.. 우리의 귀중하고 귀중한 소송경제가 실현되었습니다. 경사로세, 경사로세!
















오늘 국회에서도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법무부는 이 귀하고 귀한 소송경제가 무너진 예와, 재판청구권을 악용한 사례를 나열하였다고 합니다. 물론 그런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어느 세계의 어떤 괜찮은 규범도 악용하는 자들이 있게 마련입니다. 그 수가 보통이 아니라구요? 네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so what? 그래서 기본권인 재판청구권보다 소송경제가 더 중요하기라도 한걸까요?








기본권인 재판청구권보다 
소송경제가 더 중요하기라도 한걸까요?


물론 소송경제도 매우 중요합니다. 법무부의 말대로라면 97년 약식명령 불복으로 정식재판을 청구한 비율은 1.8%였는데 지난해엔 10%로 약 6만 7400건으로 그야말로 폭증을 했다고 합니다. 이래서야 안그래도 인원이 부족한 법원이 마비될 수 밖에 없다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불복 폭증이 일어난 것의 원인을 불이익변경금지원칙 때문이라고 하는 논리는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약식재판 제도 자체에 심각한 문제가 있어서는 아닐까요? 약식재판제도는 기본권 침해여지가 많은, 여러가지 문제가 많은 제도입니다. 약식 재판은 피고인이 변명하거나 증거를 제출하는 등의 스스로를 위한 변론의 기회가 전혀 없습니다. 피고인은 판사와 대면하지도 못하고, 어떤 과정으로 어떻게 재판이 이루어졌는지도 알 수 없습니다. 이래서는 억울하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한 명령에 대한 불복이 과연 재판청구권의 남용인지도 검토해보아야 합니다. 제도에 대한 아무런 검토와 반성도 없이, 정식재판 청구율이 높으니 불이익변경금지원칙을 건드려 재판청구권을 제한하자 식의 해결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합니다. 시한 폭탄에서 폭탄은 그대로 두고 시계 탓만 하고 있는 꼴입니다.

이제 약식명령에 있어서 정식재판을 청구하는 경우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이 일부 적용되지 않게 되었습니다. 물론 법무부안보다는 완화되어서 벌금형을 징역형으로 바꾸는, 종류를 바꾸는 일까지 허용되는 형태로 법제화 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렇게해서 소송경제가 달성되지 않으면 그땐 또 어떻게 되는걸까요. 법률은 굉장히 사소한 것의 규칙을 정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서두에서 말씀드린 저울질을 통해 한 사회가 어떤 가치를 우선으로 두고 있는지를 표명하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이제 법률은 약식명령을 받은 피고인에게 이렇게 속삭이는 것입니다. "가만히 있으라". 잠깐. 이거 어디서 들어본 얘긴데요?





이제 법률은 이렇게 속삭이는 것입니다.
<<가만히 있어라>>
잠깐. 이거 어디서 들어본 얘긴데요?

실무에서 약식명령은 불합리함과 억울함 투성이입니다. 그런데 이제 정식재판을 청구하기도 어려워졌습니다. 벌금형이 징역이 되진 않지만 벌금10만원이 죄질이 나쁘니, 재범우려가 있니, 상습성이 있니 하면서 벌금1,000만원이 될 수는 있는 것입니다. 벌금은 못내면 노역장에 가야 합니다.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은 쫄지 않으려고 해도 쫄 수 밖에 없습니다.이러한 흐름으로의 변경을 우려를 가지지 않고, 판사들이 알아서 잘 해줄거라고 믿고 바라봐야 하는걸까요? 나라다운 나라, 사람이 먼저라는 정부의 작품치고는 좀 충격적인 일입니다. 인간으로서의 기본권보다 관편의주의, 행정편의주의를 우선 앞세우는 것이야 말로 적폐 중의 적폐라고 생각했는데 말입니다. 


끝으로 오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 발표한 성명의 전문을 소개하고 포스팅을 마치겠습니다.




[성명] 국회가 정식재판 청구시 인정되던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을 폐지한 것은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하는 조치이다. 

오늘 국회는 약식명령(벌금형)에 대한 정식재판 청구시 인정되던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을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형사소송법 개정안의 내용은, 피고인이 정식재판을 청구한 사건에 대하여는 약식명령의 형보다 중한 종류의 형을 선고하지는 못하게 하면서도 같은 종류의 형 내에서 중한 형은 선고할 수 있고, 그런 경우에는 판결서에 양형의 이유를 적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벌금형을 징역형 등으로 변경할 수는 없지만 벌금형의 액수는 증액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우리 모임은 국회의 이러한 조치가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하는 조치라고 판단하고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

현재 검찰이 벌금액을 정하여 약식으로 기소한 사건에 대해 법원은 당사자의 소명을 듣지 않은 채 검찰의 자료만을 토대로 약식명령을 내리고 있다. 약식명령의 심리 과정에 당사자는 어떤 관여도 할 수 없고, 그 절차가 어떻게 이뤄지는지도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현재의 약식재판은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인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할 가능성이 매우 큰 제도이다. 종전의 형사소송법이 약식명령에 대한 정식재판 청구시 불이익변경금지원칙을 둔 이유는 약식명령의 이러한 불완전성을 고려하였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법무부는 2016년 정식재판청구가 남용되고 있다는 주장을 하면서 ‘불이익변경금지원칙 폐지’를 내용으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제출하였다. 이에 대해 우리 모임은 적극 반대 의견을 표명한 바가 있다. 법무부의 입장은 국민의 기본권 보장보다는 사법서비스 종사자의 편의에 기댄 것일 뿐이다.

오늘 국회가 통과시킨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종래의 법무부 안에 비해서는 완화되어 있지만 정식재판 청구시 기본적으로 인정돼 오던 불이익변경금지원칙을 폐지하였다는 점에서는 동일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그리고 현재의 약식재판 제도는 수사의 부실, 양형 기준의 객관성 결여, 법원의 형식적 심사, 정식재판 청구시 공소장일본주의 회피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우리는 이 기회에 약식재판에 대해 전면적인 재검토가 있어야 한다고 판단한다. 사법제도의 개혁에 관한 제1원칙은 재판과 행정효율이 아니라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데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2017년 12월 1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정 연 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