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황당하게 사건이 흘러가자 저는 최후의 보루로 남겨두었던 직원 A, B카드를 만지작 거리게 되었습니다. 갑과 을을 모두 상담했던 직원 A와 B를 진술시키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였습니다. 하지만 그냥 생각해도 찝찝한 일이었습니다. 상담자의 비밀이 지켜지지 않고 이런식으로 우연에 의해 상대방 변호사의 카드가 되어서는 안되겠지요. 억울하게 무고를 당한 갑이 안타까웠습니다. 변호사로서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는 것과 변호사로서의 직업윤리 사이에서 갈팡질팡 며칠을 고민했습니다. 혹시나 해서 변호사협회에 질의도 보내보았습니다. 변협의 답변은 변호사법 위반이니 진술해서는 안된다는 것이었습니다.결국 직원들은 진술할 수 없었고, 갑은 무죄를 다툴 생각을 버리고 저에게 사임요구를 한 뒤 전관 변호사를 찾아 양형을 줄이는 일에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전관 변호사는 갑에게 자백해야 한다고 했고 갑이 자백한 결과, 1심에서 3년인가 5년의 실형을 받았다는 얘기를 부모님께 전해들었습니다.(도대체 무엇을 위한 전관변호사냐)
사이드로..다퉈볼만한 사건의 증거는 몇가지 더 있었습니다.그 중에서 제일 컸던 것은 갑의 핸드폰으로 찍었던 동영상이었습니다. 갑과 상대 여성 모두의 진술이 일치하는 부분으로, 성관계 당시 영상은 없고 음성만 들어 있던 동영상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것을 함께 택시를 타고 귀가하면서 발견하여 여성이 갑에게서 핸드폰을 빼앗아 바로 삭제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여성이 동영상을 삭제하고 택시를 타고 도착한 곳이 재미있습니다. 여성은 동영상을 지우고 난 후 택시를 일부러 파출소 앞에 세웠고, 바로 그 파출소에서 강간신고를 하게 됩니다. 즉 택시를 타고 갈 당시 여성은 신고를 할 생각이었다는 것입니다. 강간이었다면 당시 상황이 녹음된 그 동영상은 강간을 증명하는 가장 유리한 증거였을텐데 그녀는 왜 그 동영상을 (방금 자신을 강간한 남자에게서) 빼앗아 지웠을까요.
아쉽게도 갑은 다음날 바로 해외여행을 가서 사진을 수백장 찍고 돌아왔습니다. 귀국하여 고소당한 사실을 알고 그날의 강간이 아닌, 그들의 행위가 녹음된 그 동영상이 떠올라 반대 증거로 쓰기 위해 이를 복구업체에 맡겼습니다. 이미 무죄를 다투지 않고 전관 변호사를 찾아갔고, 실형이라는 결론에서 유추하셨겠지만 복구에는 실패했습니다.
저는 우리 직원들이 증언만 할 수 있었다면 사건의 양상은 굉장히 달라졌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까지도 저는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지 않고 직업 윤리를 우선한 선택이 옳았던 것인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갑은 명문대를 나온 전도 유망한 젊은이였습니다. 갑은 도대체 그의 잃어 버린 인생을 어떻게 보상받을 수 있을까요.
아쉽게도 갑은 다음날 바로 해외여행을 가서 사진을 수백장 찍고 돌아왔습니다. 귀국하여 고소당한 사실을 알고 그날의 강간이 아닌, 그들의 행위가 녹음된 그 동영상이 떠올라 반대 증거로 쓰기 위해 이를 복구업체에 맡겼습니다. 이미 무죄를 다투지 않고 전관 변호사를 찾아갔고, 실형이라는 결론에서 유추하셨겠지만 복구에는 실패했습니다.
저는 우리 직원들이 증언만 할 수 있었다면 사건의 양상은 굉장히 달라졌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까지도 저는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지 않고 직업 윤리를 우선한 선택이 옳았던 것인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갑은 명문대를 나온 전도 유망한 젊은이였습니다. 갑은 도대체 그의 잃어 버린 인생을 어떻게 보상받을 수 있을까요.
무고는 한 사람의 미래를
송두리째 빼앗는 범죄입니다
다음 번에 이런 일이 또 다시 생긴다면 그 때는 징계를 무릅쓰고서라도 실체적 진실을 밝혀 볼까 합니다. 그리고나서는 직업윤리를 우선했어야 한다고 또 후회를 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실체적 진실을 추구해야 하는 의무와 변호사의 신뢰의 기반이 되는 직업 윤리, 갈등하지 않고 마음편히 둘 다 충실하게 추구할 수 있도록 수사기관이 충분하고 성의있는 수사를 해주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