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2월 12일 월요일

[법률꿀팁] 예시로 보는 형사사건 반성문 쓰는 방법

2월 12, 2018

형사사건 판결 선고에 관한 뉴스를 보다 보면 이런 구절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피고인이 뉘우치고 반성하는 점, 피해 회복을 위해 공탁을 한 점 등을 들어
형사 재판에서 법원이 처벌 수위를 결정하는 것을 양형이라고 합니다. 이 중 처벌 법규 조문 상의 형벌의 종류와 양을 정한 다음에는 대법원에서 결정한 양형 기준에 따라 가중 혹은 감경사유를 검토하게 됩니다. 이 때 주요한 감경사유중 하나가 죄과에 대해 뉘우치고 반성하는지 여부입니다. 다른 포스팅에서도 말씀드렸다시피 우리 형법은 범죄자라 할지라도 이성적인 인간이라고 가정하고 있으므로 형벌을 통한 교화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따라서 개인의 반성이라는 사유는 최초 수사기관에 입건되었을 때부터 상황이 좋지 않아서 실형을 선고받는 절차까지 가는 경우라고 할지라도 절차 전반에 걸쳐서 법률적 판단에 상당히 중요한 사항이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반성이란 자신의 행위를 되돌아보면 성찰하는 것을 말합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행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종류 여하를 막론하고 잘못된 행위를 한 이후의 개인적인 반성은 분명히 중요한 일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처절하고 통렬한 반성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외부에서 알수 없습니다. 수사기관이나 법원은 제출된 서류를 자료로 하여 판단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해야할 일은 성실한 마음으로 반성을 하고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할 의지가 있다는 점을 수사기관이 알아 줄 수 있도록 서면 자료로써 그 뜻을 전하는 것입니다.
사실 개인적인 성찰도 중요하지만 수사기관 제출용 반성문은 분명히 선처를 바라는 목적을 가진 실용적인 글쓰기이므로 어느정도의 형식적인 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가장 좋은 글은 솔직한 글이라고 하지만 개인적로는 복잡한 마음, 억울한 생각, 때로는 분노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것들을 여과없이 담아서는 곤란합니다. 글솜씨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넣어야할 사항을 넣지 않고 빼야할 사항을 빼지 않는다면 수사기관으로 하여금 이 사람이 진짜 반성하고 있는 것인가 하는 의구심을 줄 수도 있기 때문에 주의할 점도 많습니다.



적당하지 않은 사과문을 접한 네티즌들이 종종 쓰는 짤방입니다. 읽고 시작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1. 반드시 넣어야하는 사항

1) 범죄 사실에 대한 인정과 진심어린 후회와 반성의 취지
반성문의 가장 주요한 본체에 해당하는 사항입니다. 자신의 행위에 대한 인정과 본인의 행위에 대한 스스로의 객관적 평가, 어떠한 행동을 통해서 잘못을 만회할 것이며, 앞으로 같은 잘못을 절대로 저지르지 않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들어가야합니다.

2) 평상시 모범적인 시민으로서의 모습
평상시에 자신은 어떻게 모범적인 시민으로 살기위해 노력하였고 어떠한 인정등을 받았는지를 밝혀주는 것이 좋습니다. 자신은 결코 법질서를 가볍게 여기지 않으며 선처를 받는 경우 다시 원래의 생활로 돌아갈 수 있는 능력과 의지가 있는 사람임을 알려주어서 법의 관용이 결코 헛된것이 아님을 알려주면 좋습니다.예) 학교에서 어떻게 성실하게 배웠는지, 어떤 상이나 표창을 받았었는지, 군복무등 시민의 의무를 다했는지 등
3)  개인적으로 참작해 주었으면 하는 상황
예) 경제적 곤란, 사회적인 위신의 실추, 계획적이지 않은 순간의 충동에 의한 범법 행위였다는 점 등등 가혹한 처벌을 받으면 건실한 사회인으로 복귀하는데 장애가 될 수 있는 사항들을 적어서 법의 선처가 있으면 얼마든지 재기할 수 있는 점을 적어주시면 좋겠습니다.

 2. 적으면 안되는 사항

1) 진실한 반성임을 의심케 할만한 태도
이전 포스팅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실수로'라는 표현을 절대로 쓰지 말라고 하였습니다. 그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사실 법적으로 '과실'로 대표되는 실수는 그 처분이 고의범에 비해 관대한 것이 사실입니다. 과실이 처벌되는 예는 업무상 과실 등 몇가지에 한정될 정도로 고의범에 비해 그 예가 지극히 적습니다. 따라서 '실수로'라는 말은 자신의 고의를 부정하는 표현이 될 수 있으며 '나는 과실로 범죄를 저질렀는데 이런 나를 처벌하는 수사기관은 잘못이다'로 읽힐 수 있어 자신의 잘못을 부정하는 표현이 될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위에 짤에서도 볼 수 있듯이 '본의아니게', '오해', '그럴 뜻은 없었지만', '저만 잘못한 것도 아닌데', '앞으로는 신중하게(앞으로는 신중하게 걸리지 않도록 범죄를 저지를거라는 의미가 들어감)' 등의 표현도 마찬가지의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2) 조서에 적은 것과는 반대되는 사실에 대한 사항을 반성문을 통해 주장
경찰에서 조사를 받게 되면 피의자 신문 조서를 작성하게 됩니다. 조서를 작성하다보면 만족스럽게 작성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신의 억울한 점을 수사관이 잘 반영해주지 않는다든지, 하지도 않은 행위를 한 것처럼 작성한다든지 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절대로 피의자란에 서명날인 및 간인을 하지 말아야 합니다. 서명날인 자체가 조서의 내용을 인정한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런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서 변호인 선임이 필요하다고 소개드린적이 있습니다)그런데 이러한 경우 조서의 법률적 효력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 못다한 이야기를 한다는 취지로 (어차피 조서나 반성문이나 같은 서류철에 들어가니까) 반성문에 조서의 기재내용과 다른 내용을 주장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분은 물론 거의 계시지 않겠지만, 이는 반성이라기 보다는 자신이 인정한 혐의를 나중에 부인하여 일관성없게 중언부언하는 것 같은 효과를 주게 됩니다. 
3) 기타 진지하지 않거나 진실되지 않은 태도를 보여주는 일체의 표현장난처럼 보이는 말투나 농담, 앞뒤가 맞지 않는 자기 주장, 없는 상황에 대한 허위의 주장(예:어머니가 이미 돌아가셨거나 아버지도 살아계신데도 불구하고 홀어머니를 위해 선처해달라고 한다든지)이 들어가서 반성문 전체의 진실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3. 실제 제출된 반성문 예시

성매매 사건의 대하여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사건으로써 참고자료로 제출한 반성문 입니다. 대필되지 않은 자료라 맞춤법이나 표현, 자기 아내를 부인이라고 지칭하는 등 다소 혼란스러운 점을 감안하셔서 참고만 해주시고 아래의 반성문을 그대로 인용하는 것은 피하셔야 합니다. 반성문 제출의 시점은 송치나 공소제기, 판결선고 등 각 단계에서 어떠한 종류의 처분이 되기 전이 좋습니다. 그렇지만 되도록이면 미리 챙겨서 제출해 두는 것이 좋으며 여러번 성의껏 작성해서 제출하는 것도 좋습니다. 과유불급이니 지나치지 않는 선에서 하는 것이 좋겠죠. 
워드프로세서나 온라인으로 작성하여 제출하는 방법도 있지만 가급적이면 정성을 다한다는 점을 어필하기 위해 깨끗한 A4 용지에 정성껏 자필로 작성하여 기명 날인하여 제출하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앞부분에는 사건명, 인적사항(주소, 연락처, 성명, 주민등록번호) 등을 적어주시면 되겠습니다.
반성문 제출 전 자신의 사건이 현재 검찰단계 라면 해당 검사님의 이름과 호실, 법원단계라면 자신의 사건을 맡고 있는 해당 재판부 정도는 최소한으로 알고 나신 후 해당 재판부 귀하로 제출 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그럼 진행중이신 사건에 좋은 결과가 있길 바라겠습니다.
 
지난 행동을 한 점에 대해서 진심으로 머리 숙여 용서를 구하며 사회생활을 하면서 처음으로 피의자, 피고인의 신분이 되고 나서 많은 생각을 하였습니다.
또한 깊이 반성하고 또 반성하는 마음을 글자 한자 한자 저의 마음을 정말 솔직하게 적었습니다. 
진정으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사람의 인생이라고 불쌍하게 여겨주시고 끝까지 읽어주시길 간곡히 청하는 바입니다.(반성을 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

저는 어렸을 적부터 꿈이 있었기에 실망하지 않고 세상에 대해서 정말 긍정적인 마음으로 항상 밝게, 열심히 노력해서 살면 반드시 추구하는 만큼은 아니지만 후회 없이 노력한 정도의 목표에 가까워 질수 있다고 열심히 살아왔으며 이 뜻에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그래서 어렵게 지금의 직장에 입사를 하여 지금의 부인을 만나 결혼을 하는 등 제가 어렸을 적부터 생각한 꿈을 향하여 노력한 결과 목표에 가깝게 평범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성장을 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한 가정의 가장이라는 부담감과 중압감으로 마음이 많이 힘들었지만 이런 힘든 마음보다 나만의 가정을 꾸리고 행복하게 살아야만 시장에서 지금도 행상을 하고 계시는 어머니께서 기뻐하시기 때문에 단지 저 자신 뿐만이 아닌 한 평생 자식만을 바라보고 살아오신 어머니의 행복을 위하여 노력을 하였습니다.
(열심히 살아온 모범시민이라는 점을 어필) 

그런데 이렇게 열심히 살아오면서 정말 우연찮게 인터넷 사이트에서 한 여성과 대화를 하면서 부인에게 말하지 못하는 회사생활에서의 곤욕과, 설욕 스트레스 등 마음속으로 가지고 있는 고민과 걱정거리를 이야기하니 속이 후련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부인에게 미안한 마음에 가정에 더욱 더 충실해야겠다는 마음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기타 참작할만한 사항)
 
그러던 중 우연찮게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을 하자마자 어떤 여성이 만남을 가지자는 쪽지를 보내었고 그때까지 성매매특별법이나 인터넷을 통한 만남 같은 것에 대해서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으며 그러한 처벌에 대해서도 아무것도 모르고 지내왔기 때문에 그 상황이 정말 제 인생에 있어서 큰 문제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 채 일을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어쩌다가 범죄를 저지르게 되었는지를 경위를 간단하게 서술 :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조서와 모순이 없을 것) 

정말 지금까지 교통법규위반 하나 없이 정말 열심히 가정에 충실하며 회사업무에도 뒤처지지 않을 만큼 노력을 하며 항상 긍정적이었고 사회에 위배되는 일 없이 이날 이때까지 열심히 살아왔으나 진정으로 단 한번의 잘못으로 인하여 제가 40년동안 공들여서 만들고 지켜온 모든 것들을 순식간에 무너트리는 실수를 하고 말았습니다.(모범시민으로서의 삶이 자신의 범죄로 인하여 무너졌음을 고백)
 
그러나 이것이 절망의 시작임을 깨닫지 못한 채 어떻게 된 영문이지 몰라 인터넷에서 변호사 사무실에 문의를 하게 되었으며 그 후 일이 잘못 처리되었음을 알았습니다.
 이후 경찰서에서 연락이 온 이후부터 지금 이 시간까지 정말 매일 피가 마르는 하루를 보내며 제가했던 행동에 대하여 진심으로 반성하고 정말 눈물로 회계했으며 남몰래 가슴을 졸이며 힘든 하루를 눈물로써 보내고 있습니다.
몇일 전 어머니께서 교통사고를 당하셨으며 도저히 어머니의 눈을 쳐다 볼 자신이 없어서 그래서는 안되는 것인지 알면서도 시골에 내려가지 못하는 불효를 저지르고 있습니다.(기타 참작할만한 사항)
 
한번 깨진 유리는 붙여도 그 흔적이 남기 마련이고, 한번 잘못된 길을 똑바로 잡는다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힘든 일인지 진정으로 뼈저게 느끼며 정말 깊이 반성하고 있습니다.(잘못된 길을 다시 바로 잡아가겠다는 의지의 표현)
 
존경하는 재판장님
 
염치없지만 부디 선처를 하시어 제발 다시는 이런 불효를 저지르지 않도록 정말 가슴깊이 백번 고개 숙여서 간청 드립니다.
저 한사람의 인생이 아닌 저의 가족을 살린다고 생각하시고 정말 불쌍하게 여겨주시어 이번 한번만 기회를 주신다면 앞으로 지금까지 살아 온 것 보다 수십 수백배 더 열심히 노력하며 살겠습니다.
또한 이번일로 더욱 더 마음을 다잡고 앞으로는 어떤 일이 닥쳐도 흔들리지 않고 저보다 못한 사람들을 위해서 사회에 봉사하며 속죄하는 마음으로 평생 헌신하면서 대한민국 국민의 한사람으로써 정말 열심히 살겠습니다.
 (앞으로의 포부와 선처 이후 모범시민으로 돌아갈 것을 다짐)

2017년 12월 18일 월요일

[정변의기묘한모험] [게이사우나/강제추행] 게이꽃뱀 이야기

12월 18, 2017
안녕하세요 주말에도 활약하는 모험가 정수인 변호사입니다.

본론에 앞서 잠시 사족을 달자면..제 이야기에 나오는 김씨나 이씨는 정말로 김씨나 이씨는 아닙니다. 이름을 짓는 것이 고역이라 그냥 성만 붙이려고 한건데 성도 특정되는 것이 불편해서 우리 나라에 가장 많은 성인 김,이,박을 돌려 쓰고 있을 뿐입니다. 혹시 세상 억울한 사람이 김씨만 있는 건가 하시는 분들이 있을까봐 잠시 노파심에 밝혀보았습니다. 
아울러 또 하나 이야기에 앞서.. 해당 세계의 담론과 주의점, 일반적으로 퍼져있는 성소수자를 비하하는 용어나 문제가 있는 표현에 대한 저의 무지로 인하여 거슬리는 표현을 할 수도 있음을 경고합니다. 결코 조롱하거나 비하하고자 하는 의미가 아니오니 미숙함을 너그럽게 이해해주시고 혹시 그런 부분이 있다면 비밀댓글로 지적해주시면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 
성소수자들의 인권보호를 지지합니다
자 그럼 오늘의 이야기.
제목이 있으니 이미 내용을 짐작하시겠지만 갈수록 늘어가는 성범죄 무고의 타겟은 성소수자라고 해서 예외는 아닙니다. 이미 커밍아웃을 한 게이라면 여성 꽃뱀으로 인한 무고에서 약간 자유로울 수는 있습니다만 뭐.. 약간입니다. 우기기 시작하면 뭔들 못 엮을까요. 여튼 커밍아웃을 한 게이라면 여성 꽃뱀에게는 조금 유리하고 같은 게이 꽃뱀에게 걸리면 여느 무고당한 남성 정도의 억울함과 비슷한 강도의 억울한 일을 당하게 됩니다.
그러나 오늘 이야기에 등장하는 게이 김씨는 커밍아웃을 하지 않은 게이였습니다. 성범죄 무고만으로도 충분히 충격적으로 억울한데 강제로 커밍아웃, 아니 아웃팅까지 당할 위험까지 일어난, 정말 식은땀나는 일을 겪었습니다. 
게이사우나에 대해 들어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게이들만 입장되는, 게이의, 게이에 의한, 게이를 위한 사우나라고 생각하고 계신분들이 많으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런 식의 게이 사우나가 여기저기 성업중이고 인터넷 검색만 하면 어디로 가면 된다는 정보가 돌고 있는 정도라면 게이가 성소수자가 아닌 메이저에 육박하고 있다는 반증이 됩니다. 아니 소수냐 다수냐를 떠나서, 그런 식으로 <이곳은 게이사우나입니다>라고 하는 곳에 게이들이 입장하기는 어렵습니다. 그 장소에 있는 것 만으로도 커밍아웃이 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일반적으로 게이사우나는 우리가 가는 평범한 사우나 한켠(예를들면 수면실)에 게이들이 모이고 거기서 동성간 성행위가 이루어지는 곳을 의미합니다. 어디가 유명하더라 정도의 소문은 있지만 그날의 물에 따라서 그런거 같기도 하고 아닌것 같기도 합니다. 모르고 갔다면 무서운 곳이 될 수도 있고, 알고 갔는데 의외로 수확(?)이 없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어느 한 구석의 성편향적 인구밀도를 제외하면 호모섹슈얼의 남성과 헤테로섹슈얼의 남성이 일반적으로 섞여 있는 평범한 업장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요즘은 그런 목적으로 찾아오는 외국인들도 많이 있다고 하니 이 점도 유의해서 보시면 가려내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합니다. 
이런 경고가 있으면 조심하자
어느날 의뢰인 김씨는 게이사우나로 알려진 A업장에 찾아갔다고 합니다. 목적은 성관계였습니다. 사우나를 즐기다가 우연히 첫눈에 반해.. 같은 일은 없습니다. 이 곳은 일련의 목적을 가지고 찾아가는 곳입니다.위에서 말씀드렸듯이 사우나 전체를 게이들이 장악하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떤 특정 장소에 게이들이 모이게 됩니다. 그리고 아무것도 모르는 일반인도 그 방에 들어올 수도 있으니 게이들만의 최초 접근 신호라고 해야 할까요 여튼 정해진 스킨쉽 체계가 있다고 합니다. 이 체계를 이해 못하고 있으면 일반인이니 더 이상 건드리지 않고, 그 룰에 대해서 알고 있으면 같은 목적을 가진 사람이므로 동성끼리의 성관계가 이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여튼 김씨는 그 신호체계에 따라 어떤 남자에게 접근했습니다. 해당 신호체계는 단계적 신호이고 상호적이기 때문에 이 신호를 모르는 일반인이라고 오해할만한 여지는 없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상대방이 단계마다 순순하게 응해줘서 애무를 하다가 중요한 순간이 되려고 하는 그때, 이 남자가 김씨의 얼굴을 때리고(이른바 죽탱이 날리기)더럽다고 소리를 지르고 사우나가 떠나가도록 난리를 쳤습니다. 그리고는 경찰에 신고해서 순식간에 김씨는 강제추행범으로 잡혀가게 되었습니다. 일반적인 꽃뱀이 피해자를 엮는 방식과 같습니다.
게이사우나의 정해진 룰에 따라 접근했는데
순순히 응하던 상대가 중요한 순간에 소리를 지르고 경찰을 부름

자, 어떻게 되었을까요?
이 세계에서 억울함을 위해 끝까지 싸우고, 증인을 찾고, 하물며 국민참여재판을 가서 억울함을 가리고, 얼굴 맞은 걸 맞고소하고? 그런 일은 없습니다. 끝까지 싸우고 억울함을 가리려면 커밍아웃을 해야 합니다. 증인? 게이사우나에 있던 누군가 신호에 따라 김씨가 접근했고 그 상대 남성이 신호를 잘 이해하는 것 같았다라고 증언해줄까요?그러면 자신도 그 신호체계를 이해하고 있는 게이라는 것을 밝혀야 하는데?혹시 CCTV가 있을까요? 있다면 그런곳에 게이들이 중요한 목적을 달성하겠다고 모일리가 없습니다. 아니 게이사우나 아니라 일반 목욕탕이라도 내부에 CCTV가 설치되어 있다면 당장 문을 닫아야 할 것 입니다. 김씨가 강제추행을 했든 안했든 김씨에게는 아무런 증거가 없습니다. 그리고 증거가 있다고 해도 김씨는 이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습니다. 이제부터는 합의를 끌어내고 비는 수 밖에 없습니다. 변호사가 해줄 수 있는 일도 사실 그닥 많지 않습니다. 저도, 김씨도 심지어 사건을 담당한 경찰도 해당 남성이 꽃뱀이라는 심증은 가지고 있었습니다. 경찰도 사건이 이상해서 전과를 조회해보니 그 남성이 잡스러운 사기같은 전과가 많다고 얘기할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증거라고 할 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는 마당에 경찰이나 변호사가 일을 크게 만들 수 없습니다. 결국 김씨는 빛의 속도로 수백만원의 합의금을 주고 합의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미 합의해버린 이상 해당 남성을 꽃뱀으로 고소한다고 해도 기소유예가 나올 것이 뻔했습니다. 
그 남성은 유유히 합의금을 받고 사라졌습니다.
아마 또 같은 수법으로 누군가를 함정에 빠뜨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 게이꽃뱀 사건은 증거나 증인이 없는 현장,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도 않은 피해자를 이용하여 치밀한 사전계획하에 벌인 범죄입니다. 심증만 있지 물증은 없기에 아무것도 할 수 없고 합의금만 빼앗기게 됩니다. 그래도 남성대 남성이라 경찰 역시 일을 크게 만들거나 한쪽이 범행을 저질렀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접근하거나 하지는 않아서 이 정도로 끝낼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이 사건이 합의금을 노린 꽃뱀이 아니라 복수나 뭐 그런 감정으로 김씨를 모함하기 위해 벌인 적극적인 범행의 일부라고 생각하면 아찔합니다. 김씨는 성범죄자로 손가락질 받아야 할 뿐만 아니라 아웃팅까지 당해 성소수자라는 사실까지 만천하에 드러나게 되기 때문입니다. 
게이사우나를 혹시 이용하시는 분들이라면 이쪽 세계에도 꽃뱀이 존재한다는 것을 꼭 기억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이 남성 꽃뱀들은 더 치밀하게 약점을 노리고 추행에 분노하고 있음을 연기하느라 주먹까지 휘두르는 악질인 경우가 많습니다. 아울러 일반이 이용하는 공중 목욕 업장에서의 성행위는 선량한 풍속을 해치는 행위 또는 공연히 행하는 음란한 행위에 해당될 여지가 커서 이러한 꽃뱀 범죄에 노출되는 것 만큼이나 위험한 일입니다. 이성애자든 동성애자든.. 성행위는 조금 더 믿을 수 있는 상대와, 은밀하게 하시는 것이 이러한 일을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점을 강조해둡니다. 

글쎄요.꼭 동성애자라서 이런 사건이 일어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혼성목욕탕이 존재하지 않는 이상 이렇게 만나서 서로의 몸매까지 전부 드러내고 상대를 찾을 수 있는 곳이 없어서 단순 비교는 어렵겠지만 이성애자들의 세계에는 수많은 주점, 나이트, 클럽 등이 있어서 상대를 찾는데 어려움이 없으니 그런 곳에서 꽃뱀이 활약하고, 게이 꽃뱀은 여기가 주 사냥터이기 때문에 게이사우나에서 활약하는 게 아닐까요. 하룻밤의 만남을 위해 주점이나 나이트를 가는 이성애자들의 마음이 이해가 되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듯 게이사우나에 가게 되는 동성애자들의 마음 역시 이해가 가기도 하고 전혀 이해할 수 없기도 합니다. 
세상은 복잡하고 타인의 마음은 내 마음 같지 않습니다.수많은 욕구들중에서 어떤 욕구는 드러내놓고 얘기해도 되고 어떤 욕구는 숨겨야 하고, 어떤 욕구는 가지고 있는 것 만으로도 범죄취급을 받기도 합니다. 누구의 기준으로 어떻게 살아야 올바르게 사는 것인지 가끔 헷갈리게 됩니다.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고 있습니다.부디 여러분들은 오늘 하루도, 그리고 다가올 내일도 안녕하시길 바랍니다.  

[정변의기묘한모험][준강간 집행유예] 연인간 준강간 사건

12월 18, 2017
안녕하세요. 오늘도 야근하는 정변입니다.(사장님 나빠요)

국정원 특활비 사건으로 매일 뉴스가 시끄러운 요즘입니다. 요즘의 양상은 마치 누가 누가 더 빨리, 더 자세하게 다른 사람을 끌어들이면서 자백을 하나..인 것 같습니다. 이렇게 협조하는 모습을 보이면 양형에도 좋은 결과가 있겠지 정도의 마음이 있는걸까요? 아니면 검사들이 이렇게 얘기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좋은게 좋은거라고 협조하면 조용히 끝낼 수 있게 해주겠다."  시간이 좀 있을때 미국의 범죄영화나 드라마를 즐겨 보곤 하는데 미국의 범죄영화나 테러를 소재로 하는 드라마에서 보면 이러한 플리바게닝이라는 것이 등장합니다. 주로 피의자나 피고인이 더 큰 범죄를 미연에 방지하거나 더 거물의 범죄자를 검거하기 위한 핵심적인 증거를 가지고 있는 경우, 정보를 주고 자신의 형을 감소시키거나 무죄를 받아내는 등의 거래를 하는 경우입니다.
여러분도 수많은 영화에서 이미 경험하셨겠지만 꼭 증거를 통해서만 거래하는 것은 아닙니다. 기소를 담당하는 검사측에서 충분한 입증을 하지 못하는 경우, 배심원앞에서 무죄를 받아서 피의자를 걸어나가게 하는 것 보다는 유죄 인정을 조건으로 형을 줄이는 것이 더 낫다는 판단을 하는 경우에도 이 형량거래를 할 수 있습니다.(물론 이런 경우 눈치 빠른 변호인의 빠른 거래제시가 필요합니다만)
대통령 사면을 원한다는 테러범과의 유죄 협상을 스토리상 30분안에는 끝내야 하는 잭바우어(변호사도 아니면서)
플리바게닝은 우리말로 하면 유죄협상제도 정도로 번역할 수 있는데 나날이 지능범죄화되고 증거수집이 어려워지는 수사 환경에서 사회적 비용을 많이 줄이기 위한 미국의 형사재판절차에 존재하는 제도로 우리나라에는 없는 제도입니다. 물론 우리나라에 유죄협상제도가 있다고 하더라도 증인보호프로그램이 없는 우리나라에선 증거(증거라고 쓰고 목숨이라고 읽는다)를 내놓고 거래를 하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또한 검사의 입증책임이 미국 배심원제하에서의 재판처럼 엄중하게 요구되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아서 우리나라에 도입하기에는 대다수 일반인들의 법감정에 반한다는 점이 최대의 걸림돌입니다.(나쁜놈들이 형량 거래를 하고 그냥 다시 사회에 나온다고?)
하지만 그냥 없는 제도이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가끔 수사관들이 마치 미드에서나 나올 거 같은 식으로 피의자들을 꼬시기 때문입니다. "자백하면 잘 봐주겠다"... 뭐, 제도적 보장도 없고, 힘도 없고 빽도 없는 보통의 피의자들은 이런 말로 회유 당해서 자백한다고 해도 말뿐으로 끝나는 경우가 대다수이긴 합니다만.
서론이 길었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저의 개인적 오해일 수도 있지만.. 수사관이 자백을 꼬시기위해 하는 말 말고 우리나라에도 암묵적 의미에서의 플리바게닝은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추정을 해 본 사건을 소개할까 합니다. 
다시 한번 덧붙이지만 제가 재판장님의 말을 과대해석하고 오해한 것일 수도 있으니 주의를 요합니다.  
사건의 대략적인 내용은 이렇습니다.김씨(남성, 피의자, 의뢰인측)는 자신보다 훨씬 어리고 상당한 미모를 소유하고 있는 박씨(여성, 동거녀)와 교제를 하다가 동거를 하게 되었습니다. 박씨는 철이 없어서인지, 미모때문에 꼬이는 남성이 많아서인지 동거 전 교제중에도 끊임없이 남자로 인한 트러블이 있어서 김씨의 속을 상하게 했다고 합니다.그러던 어느 날 박씨에게 축하할 일과 위로할 일이 동시에 있었습니다. 그래서 단 둘이 밖에서 술을 마시게 되었고, 또 2차로 어느 바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술을 마시며 이런저런 얘기를 하던 중 김씨는 지인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받으려고 잠깐 바 밖에 나가서 전화를 받고 들어 왔는데, 들어서는 순간 박씨가 어떤 남자와 끌어 안고 키스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아울러 그 둘의 키스를 바에 있는 사람들이 지켜보며 환호하고 있었습니다. 당연하게도 김씨는 매우 분노하였고, 그 자리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그대로 아무말 없이 혼자 집으로 들어와서 화를 내다가 잠이 들었습니다.
이런 장면 비슷했던 것 같다
김씨는 새벽에 박씨가 들어오는 소리에 잠에서 깨었다고 합니다. 박씨는 만취해 있었고 아무 말도 없이 김씨 옆에 누워 그대로 곯아떨어졌습니다. 김씨는 계속 화가 풀리지 않았던 상태였고 박씨의 만취 모습을 보고는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어 올랐습니다. 김씨는 만취로 거동할 수 없는 박씨의 옷을 벗기고 성관계를 했고 이 장면을 촬영했습니다.(그 전에도 합의하에 몇차례 이러한 촬영이 있었다고 합니다) 동영상에서 박씨는 술에 취해 곯아떨어져서 전혀 반응을 하지 않고 있고, 김씨는 마치 스포츠를 중계하듯 여자에 대해, 그리고 현재 하는 행위, 기분에 대해 해설을 했습니다. 자신의 얼굴을 비추며 "나는 누구고, 이 여자는 누구인데 이 xx같은 x이..." 등... 이 정도 설명했으면 동영상 내용은 다들 상상 가능하실 것입니다. 동영상에 나온 모습은.. 여튼 확실히 정상적인 성관계는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그날 그렇게 찍은 동영상에 대해 김씨는 박씨에게는 비밀로 해 두었습니다.
어찌저찌 그날 일이 넘어가고 시간이 또 어느 정도 흐른 어느 날, 갑자기 박씨가 집에 들어 오지 않고 연락을 끊었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 김씨가 동거녀와 함께 살던 집에 돌아와보니 박씨의 짐이 사라져있었습니다. 김씨는  박씨가 워낙 남자관계가 복잡했고 그 문제가 계속 되었기 때문에 인생을 함께 할 동반자로까지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이렇게 버림 받는 형태로 끝나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고, 그 결과 김씨는 박씨에게 한번만 만나 달라고 매달리게 되었습니다. 정리는 하고 헤어져야하지 않겠냐는 말에 겨우 박씨를 만나게 되긴 했는데 박씨와의 만남의 자리에 여자는 새로운 동거남을 대동하고 나타났습니다.
일방적 이별도 납득하기 어려웠던데다가 한번만 만나달라고 애원하는 사이 자존심이 많이 상했던 김씨는 마지막 한번의 만남이라는 자리에까지 새로운 동거남을 데리고 등장한 박씨에 대해 극도로 분노하게 되었습니다. 이성을 잃고 거리를 방황하다가 김씨는 위의 문제 동영상이 있음을 기억해냈고, 동영상을 박씨에게 보내게됩니다. 그리고 이를 유포하겠다고 협박했습니다.(네 김씨의 심정은 이해가 가지만 이러한 일련의 행동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저도 동의합니다) 박씨는 재빠르게 고소를 진행하였고 김씨에겐 1심에서는 준강간, 카메라이용촬영, 협박에 대해 모두 유죄가 선고되어 실형이 선고되었습니다. 여기서 의뢰인인 김씨의 누나가 저희 사무실의 문을 두드리게 된 것입니다. 누나는 어떻게든 실형만을 면해 줄 것을 원했습니다.
평소 남자관계가 복잡하던 동거녀의 소행에 분노한 피고인은
동거녀가 만취한 틈을 타 성관계 동영상을 촬영해 두었고
한참 지나 일방적으로 동거관계가 청산되자
분노를 다스리지 못하고
동영상으로 (전)동거녀를 협박하여
1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았다.
전략이 필요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은 준강간의 성립여부였습니다.
준강간이 유죄로 인정되면 합의되지 않는 한 실형은 불가피해 보였습니다. 반면 준강간이 무죄면, 카메라이용촬영의 경우 그 전에도 몇 차례 합의하에 성관계 동영상을 촬영한 적이 있다는 점에서, 협박의 경우 실제 유포하거나 유포할 의사는 없었다는 점(동영상에서 김씨 자신의 얼굴과 신원까지 다 공개한 상황에서 이를 유포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려웠습니다) 등을 어필하면 집행유예가 가능할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 같은 경우 준강간죄를 구성하는지는 실제로 의문이었습니다. 동거하는 연인 사이에서 준강간이 성립할까요? 준강간은 항거 불능에 빠진 상대에 대한 강간입니다. 준강제추행은 만취 등 항거불능에 빠진 상대에 대한 추행입니다. 직접적으로 폭행이나 협박을 통하여 상대방을 반항 불가능할정도로 제압하는 강간이라면 성립할 여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 정도가 아니라 자고 있는 연인이나, 만취해있는 연인에 대한 준강간이나 준강제추행이 성립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습니다. 

동거를 하면서 수시로 성적인 접촉을 갖는 남녀 사이라면 서로간의 성적인 접촉에 대해 포괄적으로 양해가 되어 있다고 보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수시로 성적인 접촉을 갖는 동거하는 사이에서 성적인 행위를 할때마다 일일이 묻거나 동의를 얻어야 하는걸까요? 만약 동거하는 연인사이에서 준강간죄가 성립한다면 마찬가지로 준강제추행죄도 성립된다는 말인데, 그렇다면 잠든 연인의 가슴이나 성기 등을 만지는 행위, 만취해 들어온 연인을 씻기거나 옷을 벗기면서 만지는 행위 등이 전부 준강제추행죄가 성립된다는 결과가 됩니다. 이게 성립된다면 동거중인 연인이나 결혼한 부부라고 하더라도 남자쪽은 헤어지거나 사이가 나빠졌을 때 연인이나 아내가 준강간이나 준강제추행을 이유로 나를 고소하지는 않을까 경계해야 하는 셈입니다. 복수 포르노 처럼.. 복수 강간고소라는 새로운 장르가 만들어질 지경입니다.
따라서 저는 이것은 말도 안되는 고소라고 생각했습니다. 게다가 이 사건에서 김씨와 박씨는 그 동영상 사건의 날 헤어지거나 그날 있었던 관계를 준강간이라고 하면서 결별한 것이 아닙니다. 그날 관계에 대해서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는 다툼조차 없이 사건 이후로도 둘은 상당기간 연인관계를 유지했습니다. 사이좋을때의 양해가 있었던 일이 헤어지면 소급하여 준강간이 된다?박씨의 심정을 이해 못하는 것도, 박씨에게 준강간이라는 팁을 준 박씨의 변호사나 기소한 검사의 생각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고 김씨가 마냥 잘했고 억울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준강간에 대해서는 분명 파고들 여지가 있어보였습니다. 
동거를 하면서 수시로 성적인 접촉을 갖는 남녀사이라면
서로간의 성적인접촉에 대해
포괄적으로 양해가 있다고 보는 것이 합당하지 않을까?
같이 살면서 모든 성적 행위에 동의를 얻는 것은 현실적으로 말도 안되는 얘기
여튼 저는 그래서 이러한 내용을 요지로 항소하여 첫 공판기일에 출석했습니다.
그러나 첫 공판기일 놀랍게도 부장판사는 저에게 위와 같은 
무죄 주장을 철회할 것을 종용했습니다. 아무래도 민감할 수 있는 문제라 재판부가 판단하기 곤란해 할 것이라는 예상은 했으나 철회를 종용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상당히 당황스러웠습니다. 물론 저는 재판부의 권유를 거부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처음에는 법리적인 문제로 재판부와 설전이 오가게 되었습니다. 저는 대법원의 판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였고 이러한 생각을 재판부에 말했습니다. 이례적으로 상당히 긴 시간동안 법률과 보호법익, 범죄의 구성요건, 대법원의 태도 등 법리적 문제에 대한 설전이 오갔습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부장판사가 "변호인 말은 다 알겠는데, 그럼 이렇게 해서 피고인에게 유리할 거라고 생각하냐"는 말을 했습니다. 
이렇게 하는 것이 피고인에게 유리할 거 같니?
준강간에선 무죄를 받아야만 이 케이스가 잘 풀릴거라고 생각했던 저는 이 말을 이해를 못하고 한동안 계속 법리적인 주장을 반복하였습니다. 하지만 재판부와의 논의는 위의 대사를 기점으로 법리의 문제가 아니라 '변호인이 말을 못 알아 듣는다.', '정말 지금 이렇게 하는게 피고인을 위한 거라고 생각하느냐'는 저를 힐난하는 쪽으로 바뀌어 버렸습니다.
그 와중에 
얄미운 시누이 같은 검사는 부부강간죄를 신설하자는 움직임이 나오는 마당에 변호인이 이렇게 주장하다니 「변호인의 성의식에 아주 심각한 문제가 있다」며 저를 인격적으로 비하하는 표현을 하면서 저를 울컥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그 때는 잠시 순간적으로 흥분하여 법정에서 시장판 멱살잡이 싸움을 할 뻔도 했습니다만 어릴때 얘기입니다 큼큼)
이렇게 일방적으로 몰리고 흥분하다가 갑자기 번쩍! 계시(?)가 내려왔습니다. 혹시  '말귀를 못알아 듣는다'는 구박이 '무죄 주장 철회하면 집행유예 해 주겠다는 얘기인가?'하는 생각이 들었고,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재판부에는 "그렇게 말씀하시니 한 기일 더 주시면 숙고하여 철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하게 되었습니다. 재판부는 "그렇게 하시라"고 하면서 마지막까지 "정말 피고인을 위한 길이 어떤 것인지 잘 생각해 보라"며 피고인을 위한 길을 강조했습니다.

사무실로 돌아와서 곰곰히 생각하면 할 수록 재판장의 말을 무시할 수 없었습니다. 법리적 문제를 다투기 위해서 대법원으로 간다고 해도 대법원에서는 양형을 다툴 수 없으니 어차피 양형은 최종적으로는 항소심에서 정하는 것인데, 준강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인정할 수 밖에 없었고 그에 따라 유죄가 선고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또 등장한 카드.. 누가보면 도박사인줄 알겠다
법률가로서 저의 입장은 연인간 준강간죄에 대한 법리적 판단을 받아 보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의뢰인을 위해 영혼을 파는 변호사의 입장에서 그것을 위해 의뢰인의 인생을 걸고 도박을 할 수는 없었습니다. 당시 상황으로서는 무죄 주장을 철회하면 집행유예 해 주겠다는 것이 재판부의 의중일 거라는 (이것도 역시 별 근거 없는) 감에 의지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고민 끝에 준강간죄에 대한 무죄 주장을 철회하였고 그와 같은 사정을 양형에 반영해 줄 것을 요청하였습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재판부는 정말로 집행유예를 선고해 주었습니다.
의뢰하였던 피고인의 누나는 선고를 듣자마자 전화하여
울먹거리며 감사를 전했습니다.

서두에 말씀드렸듯이 재판부의 의중을 제가 잘못 파악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무죄 주장의 철회와 상관 없이 준강간에 대한 법리나 동영상 촬영 당시 남자와 여자가 동거중인 연인관계였다는 사실, 유포할 마음이 없었다는 점 등을 순수하게 주요 양형요소로 판단하여 그러한 판결이 내려졌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당시 분위기 또한 지금과 마찬가지로 성범죄에 대하여 양형이 매우 중하던 시기였던 만큼 
준강간죄를 유죄로 인정하면서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건 매우 이례적인 것임은 틀림없습니다.
김씨의 사건은 여기까지입니다.
하지만 저는 아직도 연인간의 준강간을 인정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입니다. 언젠가 기회가 있다면 이런 법리적 판단을 대법원에서 받아보고 싶다는 생각은 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뢰인의 이익을 우선으로 생각했던 제 결정에 대해서 결코 후회는 없습니다. 민사는 돈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법률가로서의 욕심을 부려볼 여지가 있겠지만 형사사건은 보통은 누군가의 인생이 걸려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합니다. 이번 사건처럼 변호사로서 자존심이 상하거나 의뢰인을 위해 신념을 굽혀야 하는 일도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연인사이의 준강간과 준강제추행..많은 분들의 피드백을 받아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정말로 검사의 말대로 저의 성의식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걸까.. 가끔 마음에 걸리곤 합니다.